그릇이 깨닫게 해준 것
스마트폰 셔터를 눌렀다.
눈앞에 있는 것은 맛있어 보이는 카레.
아주 평범한 카레지만, 투명하게 맑은 흰 바탕에,
농담이 있는 푸른 그림무늬의 그릇에 담겨 있어서 대비가 아름답다.
내가 직접 만든 요리를 스스로 촬영하다니. 며칠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행동에 조금 우스워졌다.
우연히 인터넷에서 발견했을 때, 반쯤 충동구매하는 형태로 우리 집 식기장에 합류하게 된 것이 바로 이 아리타야키 식기였다.
우리 집의 밋밋한 새하얀 그릇들과 비교하면, 손으로 그린 문양이 돋보여 보인다.
바쁨에 쫓겨 식사조차 소홀히 하고 있었다.
개선의 계기가 될 만한 무언가를 무의식중에 찾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처음으로 아리타야키 중접시에 올려본 요리는 유채꽃과 베이컨 파스타였다.
제대로 요리를 한다는 것은 지금까지 별로 해본 적이 없었지만, 막상 도전해보니 정말 맛있다.
"꽤 잘하는데, 나"
평소답지 않게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버렸다.
아리타야키는 일식뿐만 아니라 양식에도 잘 어울린다는 것이 새로운 발견이었다.
파스타, 카레, 볶음밥, 그리고 롤캐비지까지.
신기한 것은 아리타야키 그릇에 담으면, 평범한 요리가 새로운 면모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그런 발견에 더해 깨달은 것은, "나는 사실 요리를 꽤 좋아하는구나"라는 면이었다.
마음에 드는 그릇으로 요리를 즐기는 것이 이렇게나 마음을 풍요롭게 해주다니.
매일의 식사 시간이 조금 소홀해져 있었다는 것을, 아까웠다며 아쉬워할 정도로.
깨끗하게 씻은 후에는 식기장의 사용하기 편한 위치에 보관해 두자.
그런 모습마저 사진에 담고 있는 나는, 또 자신에게 조금 우스워졌다.
渓山窯
염부 문어당초산수 도라지테두리 7촌 중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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