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병이 선물해 준 시간
어느덧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며, 바쁘게 흘러가는 시간을 실감한다. 최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 채 방치된 주방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니, 왠지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문득 이번 겨울을 계기로
‘매일 따뜻한 물을 마시자’라는 다짐을 해보았다.
바로 그 무렵 만나게 된 것이 남부철기의 철병이었다. 찬찬히 들여다보면 곳곳에서 수작업의 흔적이 엿보인다. 철병이 만들어지는 모습을 상상해 보고, 그것이 지금 내 손안에 있다고 생각하니,
왠지 모르게 마음이 풍요로워진다.
정성스럽게 물을 붓고 불에 올려놓으면,
주방이 한층 더 멋스럽게 보이기 시작한다.
물이 끓는 동안에는 멍하니 철병을 바라보기도 하고, 때로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다.
친구나 부모님이 집에 오셨을 때에는 자연스럽게 대화의 계기가 되기도 한다.
철병이 생긴 이후, 내 삶에는 몇 가지 새로운 시간이 만들어졌다.
나는 그것을 ‘철병이 선물해 준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철병으로 끓인 물을 좋아하는 머그컵에 따른다. 입에 닿는 느낌은 부드럽고, 자극 없이 순하다.
수돗물에 포함된 염소 성분이 철병에 흡착되는 것도 한몫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사용한 뒤에는 꼼꼼하게 관리한다. 한 번 더 손이 가는 만큼 애착도 깊어진다. 그리고 선반의 정해진 자리에 다시 올려놓는다. 가스레인지 위에 놓여 있을 때도 잘 어울리지만, 선반에 가지런히 놓인 모습 또한 아름답다.
그런 생각을 하며 문득 자신의 생활을 되돌아본다. 바쁘게만 흘러가던 날들 속에서 조금씩 여유를 느끼고 있는 내가 있다. 철병을 바라보는 시간이 어느새,
나 자신을 바라보는 시간이 되어 있었다.



